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 全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 대격변의 시기,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상생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그리고 대·중소기업계가 머리를 맞댔다.
일요신문과 (사)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가 공동 주최한 ‘2026 동반성장 컨퍼런스’가 7월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누리 볼룸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번 컨퍼런스는 ‘디지털 전환과 동반성장’이라는 핵심 화두를 던지며, 기술 진보의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행사를 마친 후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기술의 독점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리스크를 강하게 경고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컨퍼런스는 단순한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라며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파괴적 격차의 그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자는 사회적 합의의 장”이라고 총평했다.
■ “AI 권력화 막아야”…과거와 차원이 다른 ‘디지털 격차’ 온다
과거의 자산 격차가 토지나 제조 설비 같은 물리적 자산의 유무에서 비롯되었다면, 미래의 격차는 '데이터'와 'AI 연산 능력(Computing Power)'에서 발생한다. 거대 기술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AI 인프라를 독점할 경우, 기술 접근 권한이 없는 중소기업은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 정 이사장이 이를 과거 제조 대기업 중심의 격차보다 "훨시 더 치명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정 이사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3대 축으로 △정부의 정교한 제도적 지원, △대기업의 열린 플랫폼 공유, △중소기업의 주체적인 수용 노력을 꼽았다. 이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릴 때 비로소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동반성장이 완성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오전 세션은 김원양 일요신문 대표이사의 개회선언과 송치형 두나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축사로 포문을 열었다.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조 발제에서 "기술 진보의 혜택이 고르게 분배되기 위해서는 사회와 기술의 공진화(Co-evolution)가 필수적"이라며 성장과 분배라는 해묵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포용적 생산성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정수 서울대 교수와 정현주 연세대 교수가 각각 금융법적 안정성과 기술 혁신이 전체 사회에 미치는 다각적인 시각을 덧붙이며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
■ 정부와 산업계의 마주 앉음…현대차·롯데건설의 ‘디지털 인프라’ 공유 실험
이번 행사의 백미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위원장과 정창욱 정책관 등 정부 규제 당국과 현대자동차 정희섭 상무, 롯데건설 김종태 상무 등 대기업 임원진, 그리고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정지연 중소기업중앙회 실장과 전지훈 신일 대표가 철저한 끝장 토론을 벌였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불평등과 양극화”라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상생협력의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수사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들의 실질적인 상생 비즈니스 모델 발표가 이어져 호평을 받았다.
- 현대자동차(정희섭 상무) : 자동차 제조 가치사슬 내에서 중소 부품 협력사들이 고도화된 DX(디지털 전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기술과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를 지원하는 상생 모델을 공유했다.
- 롯데건설(김종태 상무) : 건설 현장의 안전 및 공정 관리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중소 협력업체들이 비용 부담 없이 기술을 전수받고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나선 전지훈 신일 대표는 “대기업의 인프라 지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자금과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매칭 펀드나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정재훈 이화여대 교수 역시 이러한 상생 모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법적 제도화와 안정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 소상공인 vs 신산업 플랫폼…골목상권과의 차가운 갈등 속 공존의 청사진
오후 세션에서는 최근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소상공인과 플랫폼 기업 간의 공존'을 정조준했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는 최승재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옴부즈만, 김수진 메가커피 점주 협의회 회장, 김형산 더스윙 대표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수진 메가커피 점주협회 회장은 최근 거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직면한 플랫폼 수수료 및 모바일 상품권 정산 문제 등 현실적인 경영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빅테크 모빌리티 및 퀵커머스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기존 골목상권 및 소상공인들과 빚어지는 생존권 갈등도 가감 없이 다뤄졌다.
마이크를 잡은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플랫폼 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탈하는 포식자가 아니라, 효율적인 융합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물류 혁신을 공유할 수 있는 공존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인식 전환을 요청했다.
최승재 중소기업옴부즈만은 "혁신 기술의 도입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공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라며 "컨퍼런스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들을 규제 개혁과 중기부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 AI 강국의 조건, '동반성장' 없이는 사각지대뿐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동반성장 컨퍼런스'는 이제 대한민국 경제의 고질적인 불평등 구조를 진단하는 핵심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AI 시대의 동반성장은 단순히 강자가 약자에게 시혜를 베푸는 사회공헌(CSR) 개념이 아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디지털 낙오자가 되어 무너지면, 결국 대기업의 공급망이 붕괴하고 내수 시장이 얼어붙는 '부메랑 효과'로 돌아오게 된다.
기술의 독점으로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려는 탐욕을 멈추고, 대기업이 닦아놓은 고성능 AI 인프라와 DX 플랫폼 위에서 청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생태계를 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초고령화와 성장 정체에 직면한 대한민국 경제가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