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한국 경제가 견조한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방 수요 확대로 ICT 품목 중심의 수출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유가와 고환율 등 대내외 하방 리스크가 향후 내수 및 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월8일 발표한 ‘2026년 7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제조업생산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KDI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70.9% 급증하며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36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AI 특수에 힘입어 일평균 기준으로 반도체(179.6%)와 컴퓨터(281.6%) 등 ICT 핵심 품목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비록 반도체 수출 물량 자체는 이전의 가파른 상승세에 비해 다소 조정됐으나, 메모리 단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금액 기준의 호조세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미국(66.7%)과 중국(79.3%) 등 주요국으로의 일평균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 상승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75.9% 폭증하며 기계류 투자의 상승 폭을 크게 키웠다. 선행지표인 6월 기계류 수입액 역시 19.3% 증가율을 기록해 반도체 중심의 투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일반산업용기계(-3.0%)나 전기·전자기기(-1.2%) 등 타 부문 투자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산업 생산(5월 기준 2.3%)은 서비스업의 활약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17.5%)과 금융·보험업(10.4%)을 중심으로 4.9% 증가했다. 도소매업(3.0%)과 숙박·음식점업(2.2%) 등 내수 밀접 업종의 부진도 완화되는 추세다.
반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에 견줘 -0.9%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1.5%로 조정된 데다, 부품업체 화재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5.2%),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석유정제(-14.7%)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제조업 재고율이 101.8%로 상승하고 평균가동률이 71.1%로 하락하는 등 제조업 전반의 지표 조정이 뚜렷했다. 건설기성(-1.9%) 역시 반도체 공장 증설 등 비주거용 건축(18.2%) 부문은 늘었으나, 주거용 건축(-3.9%)과 토목(-6.1%) 부문이 얼어붙으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간 소비는 준내구재(7.7%)와 비내구재(2.1%)를 중심으로 5월 소매판매액지수가 1.7% 증가하며 완만한 개선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고환율과 고유가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내수 시장에 파급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지속시키고 있어서다. 6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24.7%)와 국제항공료(28.2%) 등이 강세를 보이며 3.2%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 둔화의 그늘은 고용 시장에도 드리우기 시작했다. 5월 취업자 수는 제조업 상용직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며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로 돌아섰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률(62.5%)과 경제활동참가율(64.3%)이 동반 하락했으며, 구직을 단념하거나 쉰 비경제활동인구는 26.4만 명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매매·임대 가격 상승세와 비수도권의 침체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5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90%, 전세가격은 0.91%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비수도권 매매가격은 -0.02%로 하락 전환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AI 투자 기대감과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물량이 충돌하며 KOSPI는 월중 등락을 반복했다. 특히, 6월 VKOSPI(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85.4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70.3) 수준을 웃도는 사상 최고조의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우려 속에 1,549.4원까지 치솟으며 외환 압박을 가중시켰다.
KDI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개시되면서 대외 지정학적 위험과 국제유가 공급 우려가 일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이미 높아진 환율과 자재 비용, 기준금리 인상 부담 등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내수 소비 및 건설 투자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