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이건 주식 시장이 아니라 합법적 카지노입니다. 하루에 20%씩 널뛰기하는 판에 어떤 장기 투자자가 버티겠습니까." (한 대형 자산운용사 본부장)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기판의 '랭커(Ranker)'로 전락했다.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등판한 '단일종목 레버리지(±2배) ETF·ETN' 상품군이 출시 5주 만에 거래대금 212조 원을 돌파하며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며 코스피를 흔드는 '괴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 '오징어 게임'판 된 코스피…꼬리가 몸통 흔드는 역대급 변동성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고위험 상품에 중독된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 경고등을 켰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은 급격히 저하됐다.
상장 이후 단 5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14차례, 주식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3차례나 발동됐다. 이는 상품 출시 전 약 5개월간의 발동 횟수와 맞먹는 수치다.
원인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시가총액 요건 등으로 인해 현재 국내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2종목(14종 상품)뿐이다. 특정 초대형주로 투기성 자금이 쏠리자, 자산운용사들이 매일 기초자산 편입 비율을 맞추기 위해 행하는 '일일 리밸런싱(자산 재배정)' 과정에서 대규모 현·선물 매매가 발생, 본주의 주가를 강제로 뒤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전면화된 것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 안팎으로 급락하자, 해당 레버리지 ETF들은 일제히 20% 안팎으로 폭락하며 상장가인 2만원 선을 힘없이 깨고 내려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포함) 상품군의 하루 거래대금만 약 9조 7,000억 원. 전체 ETF 시장 거래량의 3분의 1이 오직 두 종목의 2배 도박판에 묶여 있는 셈이다.
[7월 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잔혹사]
- 기초자산: 삼성전자 (-6.92% 마감), SK하이닉스 (-6.06% 마감)
- 레버리지 ETF 14종: 장중 최대 21% 폭락 (전 종목 상장가 2만 원 붕괴)
- 당일 거래대금: 9.7조 원 (전체 ETF 거래량의 약 33% 장악)
■ "해외 원정 막으려다…" 당국의 오판이 부른 부작용
금융당국이 이 고위험 상품을 허용한 명분은 '서학개미의 국장 환류'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엔비디아(NVDL), 테슬라(TSLL)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떠나는 개인 투자자들을 국내로 붙잡아 두고, 홍콩 등 해외에 상장된 삼성전자 레버리지 자금을 유입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처참한 실패였다. 야당 안철수 의원에 따르면 홍콩 증시의 삼전·닉스 레버리지 투자금 11조원 중 국내로 유입된 자금은 5000억원에 불과했다. 환율은 1550원 선을 넘나들며 방어에 실패했고,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년 만에 최저 수준인 120조원 선이 무너지며 시장 전반의 체력만 갉아먹었다.
더 큰 문제는 '음의 복리 효과(Volatility Drag)'다. 주가가 일직선으로 오르지 않고 등락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자산이 자동으로 녹아내린다. 실제로 출시 한 달여 만에 14개 레버리지 상품은 전량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투자자들은 최대 35%에 달하는 원금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때늦은 후회와 해법 고심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과 정관계는 책임 공방에 나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 부작용이 너무 커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스피를 카지노로 만든 주범"이라며 해당 상품의 '상장폐지 검토'와 함께 당시 금융위·금감원 수장들에 대한 파면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금융투자업계(IB)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상장폐지보다는 정교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미국처럼 수천 개 종목이 두텁게 받쳐주는 시장에서나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상품"이라며 "시총 가분수 구조인 한국 증시에서 단 2개 종목에 2배 레버리지를 허용한 것 자체가 예견된 참사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개인 투자자의 진입 장벽(기본예탁금 등)을 대폭 상향하거나, 일일 리밸런싱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등 즉각적인 메스를 대지 않는다면 국장의 신뢰도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