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외식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창사 이래 가장 거대한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그동안 더본코리아 성장의 절대적인 동력이자 핵심 아이덴티티였던 '백종원 대표의 형상'을 주요 브랜드 로고에서 과감히 지워내기 시작한 것이다.
7월 7일 관련 업계와 특허청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최근 빽다방과 빽보이피자 등 자사의 핵심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신규 로고 상표를 잇달아 출원했다. 출원된 상표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인자하게 웃고 있는 백종원 대표의 캐리커처나 얼굴 실루엣이 사라지고, 브랜드 본연의 명칭과 직관적인 텍스트 디자인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를 두고 자본시장과 외식업계에서는 더본코리아가 상장(IPO) 이후를 대비해 '오너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헤지(위험 분산)하는 동시에, 글로벌 종합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교한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빽다방·빽보이피자 로고서 사라진 '백종원 얼굴'...왜?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된 곳은 저가 커피 시장의 메이저 브랜드로 자리잡은 '빽다방'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30일 빽다방의 새로운 로고 2종을 상표 출원했다. 기존 빽다방 로고는 백 대표의 얼굴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이번 신규 로고는 백 대표의 형상을 완전히 걷어내고 빽다방이라는 브랜드 네임 자체에 집중했다. 영문 버전으로도 함께 출원된 이 로고는 이미 최근 개편된 공식 애플리케이션인 '빽다방(더본통합)'에 전격 적용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피자 프랜차이즈인 '빽보이피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빽보이피자 역시 지난 5월 백 대표의 캐릭터 대신 브랜드 명칭의 시인성을 극대화한 로고 4종을 출원해 현재 배달의민족 등 주요 배달 플랫폼에서 활용하고 있다.
물론 4월에 출원된 백 대표의 얼굴형 로고도 완전히 폐기되지 않고 혼용될 예정이며, 5월 중 진행된 빵 모양 캐릭터 로고 출원 취하 등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백종원'이라는 인물 중심에서 '브랜드 자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확연히 꺾였다.
■ '더본통합' 모바일 화면 최적화... 플랫폼 전환의 경제학
전문가들은 이번 로고 재정비가 더본코리아가 사활을 걸고 있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 전략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5월, 각 브랜드별로 파편화되어 있던 적립 및 할인 혜택을 하나로 묶는 통합 멤버십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기존 빽다방 앱을 '빽다방(더본통합)' 앱으로 확대 개편했다. 현재는 빽다방의 스마트 오더(픽업 주문) 기능이 메인이지만, 향후 빽보이피자, 새마을식당, 롤링파스타 등 더본코리아의 수많은 외식 브랜드의 주문과 배달 기능이 이 하나의 앱 안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모바일 커머스 환경으로의 전환은 로고의 단순화를 강제한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속 아이콘 영역에서 복잡한 인물 캐리커처는 시각적 공해나 혼선을 주기 쉽다. 소비자가 수많은 브랜드 중 원하는 매장을 찰나의 순간에 찾아내게 하려면, 직관적인 브랜드명, 명확한 시그니처 컬러, 그리고 단순화된 폰트 링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결국 백 대표의 얼굴을 빼는 것은 모바일 UI·UX(사용자 환경·경험)에서 소비자의 식별력을 높이고 결제 전환율을 올리기 위한 지극히 고도화된 마케팅 공학적 계산의 결과물이다.
■ "백종원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 글로벌 종합 식품기업의 조건
이번 행보의 가장 깊숙한 이면에는 '포스트 백종원'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 거버넌스(경영 구조)의 대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개최된 더본코리아 주주총회에서 백종원 대표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그는 "백종원 없이도 시스템이 돌아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2026년을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창업자 개인의 스타성에 의존하는 '1인 기업' 이미지로는 자본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을 유지하기 어렵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중장기 비전인 '글로벌 진출'의 관점에서 백 대표의 얼굴 지우기는 필수적인 수순이다. 더본코리아는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 시장에 깃발을 꽂았으며, 올해는 외식 가맹사업을 넘어 B2B(기업 간 거래) 소스 사업 확대와 빽다방의 연내 일본 신규 출점 등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백 대표의 높은 호감도가 보증수표 역할을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해외 현지 소비자들에게는 백 대표의 얼굴 로고가 아무런 마케팅적 소구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현지인들에게는 세련된 영문 폰트와 직관적인 브랜드 디자인이 프리미엄 K-푸드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백종원의 회사'에서 '글로벌 식품 플랫폼 기업'으로 완벽한 탈바꿈을 시도하는 더본코리아의 실험이 국내외 자본시장과 외식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