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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8 (토)

가계·기업 뭉칫돈 쌓였다…1분기 여유자금 84.3조

주식 폭발·기업 반전…민간 사정 숨통에 재무 건전성 개선
가계 빚 정체 속 주식 몰빵…기업도 자금 공급 주체 깜짝 복귀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주체들이 쓰고 남은 돈의 규모가 전분기보다 30조원 이상 늘어나며 민간 부문의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주식과 펀드 투자를 대폭 늘리며 여유 자금을 불린 가운데, 고질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비금융 기업(비금융법인)마저 상거래신용과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자금 공급 주체로 깜짝 돌아섰다. 반면 정부는 상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조기집행 기조 속에 국채 발행을 늘리며 자금 수요를 키웠다.

 

한국은행이 7월7일 발표한 ‘2026년 1/4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8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51조9000억원)에 비해 32조4000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자금순환표에서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은 예금, 주식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대출 등으로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그만큼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국민 경제의 가장 큰 자금 공급원인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1분기 순자금운용 규모는 79조2000억원으로 전분기(67조원)보다 12조2000억원 확대됐다.

 

가계 자금 운용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은 단연 ‘증시’였다. 가계의 1분기 자금운용 규모는 총 96조3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주식·펀드)에 흘러 들어간 돈이 61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분기(34조원)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폭증한 수준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융기관 예치금은 29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12조8000억원)보다 늘었으나 주식 투자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다.

 

돈을 굴리는 규모는 커진 반면, 빚을 내는 흐름은 정체됐다. 가계의 1분기 자금조달 규모는 1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17조3000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예금취급기관(은행 등)에서의 차입이 전분기 12조원에서 1분기 8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번 자금순환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비금융법인(기업)의 행보다. 통상 기업은 설비투자와 공장 증설 등을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 쓰는 ‘순자금조달’ 부문의 유지가 일반적이지만, 올 1분기에는 20조8000억원의 ‘순자금운용’을 기록했다. 전분기 순자금운용액이 1000억원에 턱걸이했던 것과 비교하면 ‘어닝 서프라이즈’급 반전이다.

 

기업의 자금운용은 1분기 중 137조원으로 전분기(58조4000억원)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상거래신용(67조원)과 국내외 직접투자(26조1000억원)를 중심으로 운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업들의 자금조달(부채) 역시 11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58조3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대출(금융기관 차입 32조2000억원)이나 상거래신용(59조원) 등을 통해 조달한 금액보다 장부상으로 보유하거나 굴린 자금의 증가 폭이 훨씬 더 컸다.

 

민간(가계·기업)이 모두 지갑을 닫거나 자금을 비축한 반면, 정부는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적극 재정을 조달했다. 일반정부 부문은 올 1분기 23조3000억원의 ‘순자금조달’을 기록하며 자금 수요자 역할을 자처했다. 전분기(-19조원)보다 자금 부족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정부는 1분기 중 자금운용을 46조4000억원 수준으로 늘리며 전분기의 순처분(-25조6000억원)에서 순취득으로 돌아섰으나, 조달 규모가 69조7000억원으로 훨씬 비대해졌다. 특히, 상반기 경기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목적으로 국채 발행을 전분기 3조원에서 올 1분기 49조7000억원으로 늘린 점이 정부 부문의 순조달 규모를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외부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분기 중 8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51조9000억원)보다 마이너스 폭을 크게 넓혔다. 국외부문의 순자금조달 확대는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 해외에 준 돈(대외자산 증가)이 가져온 돈(대외부채 증가)보다 많았음을 방증한다.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국내 비금융부문(가계·기업·정부)이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 잔액은 올 1분기말 기준 1경4770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금융부채 잔액은 8335조4000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643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586조1000억원 증가했다. 부채 대비 자산 보유 수준을 보여주는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1.77배로 전분기말(1.72배)보다 상승하며 우리 경제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한층 튼튼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안심할 만한 대목은 가계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60배를 기록해 전분기말(2.54배)보다 높아졌다. 가계가 가진 금융부채보다 금융자산이 2.6배나 많다는 의미다. 최근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가계 전반의 부채 상환 능력과 재무 완충력은 지속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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