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전영진 기자 | 정부가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중복상장에 원칙적 금지라는 강력한 메스를 들이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핵심 고리로 지목된 물적분할에만 강제성을 부여하고 나머지 형태의 중복상장은 사실상 자율 규제나 사후 심사에 맡기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7월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복상장 원칙 금지 및 예외 허용을 위한 세부기준 가이드라인 제정안과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상장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인 자회사를 중복상장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고질적인 증시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오는 14일까지 예고기간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자회사 상장 추진 시 국내 상장사인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를 부과한 점이다.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자회사 주식 현물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주 소통이나 주총을 통해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상장 동의 여부를 명시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이사회 찬반 결의 후 결과를 자회사에 통보하고 의무 이행 사항을 단계별로 공시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며 의무 위반 시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모회사 매매거래정지 1일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문제는 주주 통제의 실효성과 규제 차별화다. 당국은 물적분할로 설립한 자회사 상장에 대해서만 모회사 주총을 통한 명시적 동의를 의무화했다. 이 경우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하는 3% 룰이 적용돼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므로 일반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
반면 인적분할이나 인수를 통해 편입된 일반 자회사의 중복상장은 주총 동의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후퇴했다. 모회사가 주주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자회사가 국내 상장을 신청하면 거래소가 자금조달 필요성, 산업적 특성, 모자회사 관계 형성 경위 등을 개별 심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사후적 스크리닝에 불과해 모회사 주주권익 보호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더욱이 자회사의 매출, 영업이익, 자산 비중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주총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된다. 대기업들이 소규모 자회사를 연쇄 상장할 때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을 열어준 셈이다. 이미 상장을 마친 기존 기업들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제도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자회사가 해외 증시에 중복상장할 때도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 이행 여부를 거래소가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회사가 해외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이사회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거래소가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며 신주 발행이나 구주 매출을 진행해 국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구조를 통해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여부를 우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국내 상장사인 현대차의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이와 같은 검증 트랙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지 규제당국과의 관할권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회 검증이 실질적인 제재나 강제력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율 규제와 사후 심사에 의존한 이번 가이드라인이 소액주주들의 오랜 불신을 해소하고 시장의 질적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금융투자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