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국내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창업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5년 이상 영업하며 버틴 장기 사업자들의 폐업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자영업의 대표 주자인 음식점업은 2년 연속 순감소세를 보였고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노포(老鋪)’조차 줄줄이 간판을 내렸다.
7월6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31일 기준 국내 가동사업자는 1032만1407명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가동사업자 증가율은 지난 2020년 7.5%로 정점을 찍은 뒤 5년 연속 둔화 흐름을 보이다 결국 1%대까지 주저앉았다.
가동사업자 증가세가 멈춰 선 것은 극심한 창업 부진 탓이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는 2024년 대비 4.1% 감소한 116만8273명에 머물렀다. 5년 연속 감소세이자 지난 2014년(112만7246명)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폐업자 수는 97만5681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2024년(100만8282명)보다는 3.2% 소폭 감소했으나 창업 자체가 줄어든 탓에 타격이 컸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83.5%를 기록하며 새로 생긴 사업자 100명당 83.5명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3년(84.0%)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장기간 업력을 쌓아온 사업자들이 한계를 맞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5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다 폐업한 사업자는 31만7406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폐업자 3명 중 1명(32.5%)꼴로 이 비중은 2020년(27.1%) 이후 5년 연속 상승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사유는 단연 ‘장사가 안 돼서’였다. 지난해 폐업 사유 중 ‘사업 부진’은 49만1966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50.4%에 달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쳤던 2009년(54.9%)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업태별로는 음식점업의 침체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음식점업 가동사업자는 전년보다 1.9% 감소한 79만8969명으로 집계돼 결국 8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음식점업 신규 창업(13만114명)이 13.6% 급감하며 2011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음식점 폐업(14만2557명)은 창업을 크게 웃돌았다. 이로 인해 줄어든 음식점 수만 1만2443명으로 전년 순감소 폭(-2491명)의 5배에 달했다. 20년 넘게 버틴 골목길 노포 음식점도 지난해에만 역대 최다인 2797곳이 문을 닫았다. 4년 전인 2021년(1738곳)과 비교하면 무려 61%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얼어붙은 자영업 경기에 최근 법원의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은 초대형 악재로 부상했다. 전국에 140여개 점포를 둔 홈플러스가 최종 파산 절차를 밟을 경우 입점 점주와 중소 납품업체 등 골목상권 전반에 도미노식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계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 긴급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두는 중소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한다.
자금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900억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특례보증 35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한도를 기존 7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대폭 확대하고 대출 금리도 0.5%포인트(p) 인하해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기초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대형 유통망의 붕괴 위기까지 겹쳤다”며 “정부의 자금 지원이 현장에 신속히 집행돼 연쇄 도산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