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이 7월 증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7월부터 국내주식을 대거 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확히는 6월 말까지 유예됐던 비중 조절 규칙이 다시 적용되는 구조로 국민연금이 7월부터 무조건 국내주식을 판다는 의미는 아니다.
■ 7월부터 무조건 매도?…핵심은 ‘유예 종료’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인 만큼 국내주식, 해외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비중을 정해놓고 운용한다. 특정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일부를 팔고, 비중이 낮아진 자산은 채우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춘다. 이를 리밸런싱이라고 한다.
최근 리밸런싱 이슈가 부각된 배경은 코스피의 급등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추가로 사지 않더라도 보유 중인 국내주식 가격이 오르면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 비중이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면 국민연금은 일부 국내주식을 덜어내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은 앞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미뤄왔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주식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이탈 시 발생하는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어 5월 말에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했다. 조정된 목표비중은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6월 말부터 적용된다. 이는 국내주식 비중 상승에 따른 기계적 매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목표비중 20.8% 넘으면 바로 팔까?
그렇다고 국내주식 비중이 20.8%를 조금이라도 넘으면 곧바로 매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가는 매일 움직이기 때문에 목표비중 주변에 일정한 여유 범위가 존재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기본 쿠션’과 ‘추가 쿠션’으로 설명한다.
기본 쿠션은 전략적 자산배분, 즉 SAA 허용범위다. 장기 운용계획상 목표비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범위다. 추가 쿠션은 전술적 자산배분, 즉 TAA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조금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다.
신영증권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최대 28.8%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0.8%지만, 장기 운용상 허용되는 기본 여유 범위인 SAA 6%p를 더하면 26.8%까지 높아진다. 여기에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TAA 2%p까지 더하면 최대 허용비중은 28.8%가 된다. 문제는 코스피가 더 오를 경우 이 28.8%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 코스피 9,000선이면 37조~74조원…가정 따라 달라져
신영증권은 코스피가 8,500선일 경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29.6%, 9,000선일 경우 30.8%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허용범위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도 필요 규모가 달라진다.
코스피 9,000선을 기준으로 TAA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면 매도 필요 규모는 74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TAA를 최대치까지 활용하면 매도 필요 규모는 37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같은 코스피 9,000선이라도 운용상 여유 범위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매도 추정액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따라서 ‘코스피 9,000선에서 국민연금 74조원 매도’라는 표현은 가장 강한 가정을 전제로 한 수치다. 국민연금이 무조건 74조원어치 주식을 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매도 압력은 코스피 지수 수준, 허용범위 활용 정도, 리밸런싱 속도 조절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한꺼번에 쏟아지는 매물?…속도 조절도 변수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거론됐다. 신영증권은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밸런싱 거래일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고, 일간 조정 규모를 줄일 것으로 봤다. 단기간에 수십조원 규모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구조라기보다는, 비중 초과분을 시장 상황에 따라 나눠 조정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국내주식 비중이 낮아지는 경로가 반드시 매도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인 만큼, 해외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다른 자산의 평가액이 늘거나 신규 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배분되면 국내주식을 대규모로 팔지 않아도 국내주식 비중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코스피가 하락할 경우에도 국내주식 평가액이 줄면서 리밸런싱 매도 부담은 완화된다.
■ 7월 증시, ‘판다·안 판다’보다 지수대가 핵심
결국 7월 증시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단순히 ‘국민연금이 판다, 안 판다’가 아니다. 코스피가 어느 지수대에 있느냐, 국민연금이 운용상 여유 범위를 얼마나 활용하느냐, 다른 자산의 평가액 변화가 국내주식 비중을 얼마나 낮춰주느냐, 그리고 매도 속도를 얼마나 늦추느냐가 핵심이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이슈는 국내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곧바로 단기간 대규모 ‘매도폭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