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 자본의 중심지인 서초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 콘텐츠와 경제의 결합을 논했다. 단순한 예술적 감상을 넘어, 스토리가 어떻게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막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지 그 부가가치의 본질을 꿰뚫어 보기 위함이다.
서초CEO아카데미(위원장 황병준, 사무총장 윤정섭)는 지난 6월25일 오후 6시30분 서울 서초구 소재 ‘노작가의아지트’에서 정기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인문학 강좌의 틀을 깨고 ‘천만 관객을 움직인 스토리의 비밀’을 주제로 채택, 영화 산업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통찰력을 분석하는 ‘시네마노믹스(Cinemanomics)’의 장으로 꾸려졌다.
이날 연사로는 2026년 7월 현재 여름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신민아 주연의 영화 《눈동자》의 제작자, 최종현 영화감독이 초청되어 충무로 현장의 생생한 제작·마케팅 비화와 수익화 전략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 천만 영화의 흥행 방정식, 대중을 움직이는 '3대 요소'
최종현 감독은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각본과 조연출로 충무로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현장과 제작 최전선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그는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쓴 《명량》, 《극한직업》, 《신과함께》 등 이른바 ‘천만 클럽’ 영화들의 성공 사례를 철저히 분석했다.
최 감독의 분석에 따르면 역대급 흥행작들은 정교한 경제학적 설계 위에서 움직인다. 대중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스토리의 핵심에는 △참신성 △시의성 △대중성이라는 3대 요소가 강력하게 맞물려 있다. 관객이 기존에 보지 못한 신선한 자극(참신성)을 주되, 지금 이 시대의 대중이 가장 결핍을 느끼거나 공감하는 사회적 공기(시의성)를 담아내야 하며, 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법(대중성)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한·중·일 3국의 천만 감독들의 작품 세계를 비교한 대목은 참석한 경영자들의 큰 이목을 끌었다.
-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7인의 사무라이) :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완벽한 서사 구조의 변주를 보여준다.
- 중국의 장예모 (붉은 수수밭) : 압도적인 시각적 미학과 거대한 스케일로 대중을 매료시킨다.
- 한국의 봉준호 (기생충) : 자본주의의 날카로운 모순과 계급 갈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성과 장르적 쾌감으로 완벽히 치환해 내며 글로벌 자본 시장을 흔들었다.
■ "6억원 깎았다"…AI 기술이 바꾼 영화 산업의 비용 혁신
경영자들의 감탄을 자아낸 지점은 영화 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 혁신과 리스크 관리 전략이었다. 콘텐츠 산업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대표적 분야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저예산·고수익 생산 전략'을 제시했다.
가장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대형 블록버스터 위주의 극장판에서 오직 진정성 있는 스토리 플롯 하나만으로 제작비 대비 수백 배의 유례없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 감독은 최근 급격히 고도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실제 제작 공정에 도입해 약 6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절감한 구체적 수치를 공개했다. 시각효과(VFX)나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단계에서 AI 레이아웃과 데이터 모델링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과거 막대한 인건비와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던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DX)을 고민하는 전통 기업 CEO들에게도 강력한 경영적 힌트를 제공했다.
■ OSMU의 본질, 이야기가 곧 자본이 되는 초연결 플랫폼
세미나의 종착지는 결국 '스토리의 영토 확장'이었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는 스크린 안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최 감독은 영화가 출판 시장으로 역수입되고,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게임 산업의 세계관을 형성하며, 영화 촬영지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고부가가치 관광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풀어냈다. "이야기가 곧 자본이자 플랫폼이 되는 5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것이 그의 핵심 요지다.
강연 이후 이어진 비즈니스 네트워킹 세션에서는 서초 지역 CEO들과 강연자 간의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오갔다. 참석한 경영자들은 "막연하게 예술 영역으로만 치부했던 영화 스토리텔링이 기업의 브랜드 빌딩과 신사업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얻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미래 산업을 연결하는 독보적 학술 플랫폼, 서초CEO아카데미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황병준 서초CEO아카데미 위원장(영락회 서울포럼 회장)은 인상적인 포부를 밝혔다.
"문화 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유희나 예술의 영역이 아니다. 제조업과 금융업의 한계를 돌파하게 만드는 고부가가치 융합 산업의 핵심 엔진이다. 이번 세미나가 CEO들에게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제시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다."
한편, 서초구 상공인 및 전문직 리더들의 모임인 서총회(서초부동산최고경영자과정총원우회) 내 유일한 정통 학술 모임으로 자리 잡은 서초CEO아카데미는 매년 4회에 걸쳐 한국 최고의 석학과 현장 전문가들을 초빙해 왔다. 부동산, 문화, 거시경제, 기업경영, 그리고 AI 테크놀로지까지 이종(異種)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고 지식을 연결하는 독보적인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서 향후 행보에 대한 경제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