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네수엘라와 일본 북부 해역에서 잇따라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두 지역 모두 큰 흔들림을 겪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본은 비교적 제한적인 피해에 그친 반면, 베네수엘라에서는 건물 붕괴와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의 규모만 놓고 보면 자연현상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재난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 재난의 차이를 가르는 힘, 레질리언스
핵심은 레질리언스, 즉 회복탄력성이다.
레질리언스는 단순히 재난을 견디는 힘만을 뜻하지 않는다. 충격을 받았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너진 기능을 빠르게 회복하며,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 나은 상태로 다시 일어서는 능력이다. 도시와 국가의 레질리언스는 건물의 내진성능, 조기경보 체계, 행정의 대응 속도, 시민의 안전의식, 공동체의 협력 수준이 함께 작동할 때 만들어진다.
결국 재난 앞에서 중요한 것은 “충격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아니다. 그 충격을 사회가 얼마나 흡수하고, 얼마나 빨리 회복하며,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얼마나 배워 나가느냐이다.
■ 유리공 사회와 떨튀공 사회
나는 레질리언스가 있는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두 개의 공을 떠올린다. 하나는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 ‘유리공’이고, 다른 하나는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르는 공, 즉 ‘떨튀공’이다.
유리공 사회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진다. 평소에는 취약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진, 홍수, 화재, 감염병 같은 재난이 닥치면 허술한 건축물, 느슨한 제도, 부족한 훈련, 약한 공동체가 한꺼번에 드러난다. 재난은 그 사회가 감추고 있던 약한 부분을 가장 먼저 흔든다.
반면 떨튀공 사회는 충격을 피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흡수하고 다시 일어선다. 피해가 전혀 없는 사회가 아니라, 피해를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사회다. 건물은 흔들림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고, 시민은 대피요령을 알고 있으며, 행정과 소방, 의료 체계는 재난 발생 직후 빠르게 움직인다. 이것이 떨튀공 사회의 힘이다.
■ 같은 지진, 다른 결과
일본은 오랜 지진 경험을 통해 떨튀공에 가까운 재난 대응 체계를 만들어 왔다. 엄격한 내진설계, 지진 조기경보, 반복적인 대피훈련, 학교와 직장의 안전교육, 신속한 구조체계가 그 기반이다. 일본이 지진을 막을 수 있어서 피해를 줄인 것이 아니다. 지진이 와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설계해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취약한 사회가 강한 충격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사람은 지진에 직접 깔리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구조물에 깔린다. 무보강 벽돌집, 노후 건축물, 부실한 도시 인프라는 같은 규모의 지진에서도 훨씬 큰 피해를 만든다.
■ 흔들림 이후가 아니라, 흔들림 이전
결국 지진방재의 핵심은 ‘흔들림 이후’가 아니라 ‘흔들림 이전’에 있다.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가. 위험 건축물은 점검되고 있는가. 시민들은 대피 방법을 알고 있는가. 학교와 직장은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있는가. 지자체와 소방, 의료기관은 함께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한 사회의 레질리언스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말하기 어렵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은 우리에게 지진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중요한 것은 지진이 올지 안 올지를 막연히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를 점검하는 것이다.
■ 우리는 어떤 사회인가
재난 대응은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개인은 우리 집과 직장의 대피로를 확인하고, 가까운 대피소를 알아두며, 비상용품을 준비해야 한다. 공동체는 반복적인 훈련과 교육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행정은 건축물의 안전성, 경보 체계, 구조·구급 시스템,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같은 지진 앞에서도 어떤 사회는 유리공처럼 깨지고, 어떤 사회는 떨튀공처럼 다시 튀어 오른다. 그 차이는 운이 아니라 준비에서 나온다. 재난은 자연이 시작하지만, 피해의 크기는 사회가 결정한다.
베네수엘라 지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만약 지금 우리 지역에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유리공일까, 떨튀공일까.

조상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前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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