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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8 (토)

[이슈] 우울·불면증, 약물 대신 '디지털 치료제' 뜬다

식약처 공식 허가 15개 달해…행동바꾸는 의료 소프트웨어
불면증 '솜즈'부터 치매 지연까지…의사 처방 스마트폰 약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서울의 한 50대 직장인 A씨는 무려 3년 동안 밤마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려왔다. 밤 12시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봐도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기 일쑤였다.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해 보기도 했지만, 먹을 때만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대학병원을 찾은 A씨에게 담당 의사는 뜻밖의 처방을 내렸다. 약국에서 타가는 알약이 아닌,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특정 ‘애플리케이션(App)’이었다.

 

처방받은 앱은 철저한 ‘디지털 잔소리꾼’이었다. 매일 A씨의 수면 시간을 꼼꼼히 기록하도록 유도했고, 매일 아침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기상 시간을 강제로 지정해 주었으며, 밤늦게 스마트폰을 켜면 어김없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에는 “앱 하나 깐다고 잠이 오겠냐”며 의아해했던 A씨는 두 달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이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중간에 깨는 일 없이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다. 알약 대신 스마트폰 속 소프트웨어가 든든한 치료자 역할을 해낸 셈이다.

 

이처럼 환자의 행동 양식과 평소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교정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이른바 ‘디지털 치료제(DTx·Digital Therapeutics)’가 미래 바이오·의료 산업의 핵심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앱이 곧 의약품이 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단순 헬스케어 앱이 아니다"…식약처가 효능 검증한 정식 '의료기기'

 

많은 이들이 디지털 치료제를 시중의 일반적인 만보계나 칼로리 계산, 수면 패턴 측정 앱과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제는 엄연히 법적·의학적 규제를 받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임상시험을 통한 과학적 '근거'의 유무다. 디지털 치료제는 합성 의약품이나 바이오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 치료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까다로운 허가 승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 환자에게 공급될 수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서 식약처의 공식 허가를 획득한 디지털 치료제는 어느덧 15개 제품에 이른다. 도입 초기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기술 고도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불면증을 넘어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불안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ADHD), 폭식증에 이르기까지 그 치료 영토를 무서운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 왜 정신건강 분야일까…왜곡된 인지 구조 교정하는 ‘행동치료’의 힘

 

바이오 업계와 의학계는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가장 먼저 독보적인 꽃을 피운 이유로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의 특성을 꼽는다.

 

김수진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핵심 기능은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과 잘못된 행동 패턴을 스스로 바꾸도록 이끌어 증상을 호전시키는 인지행동치료”라며 “이미 학계에서는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알코올·도박 중독 질환 등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가 기존의 약물치료와 동등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변 누군가가 웃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상황을 인지적으로 왜곡해 “나를 비웃는구나”라고 지레짐작하며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반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그냥 자기들끼리 재밌는 일이 있어서 웃는 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이 같은 왜곡된 사고 구조를 객관적으로 발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교정해 나가는 훈련이다.

 

이 치료법은 철저히 매뉴얼화되어 있고 근거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기에 매우 최적화되어 있다.

 

■ 국내 1호 '솜즈'부터 게임형 ADHD·치매 지연 솔루션까지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포문을 연 최초의 타이틀은 불면증을 타깃으로 한 ‘솜즈(Somzz)’ ‘슬립큐(SleepQ)’다. 이들의 치료 원리 역시 수면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한다.

 

통상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침대에 과도하게 오래 누워 있는 나쁜 습관을 지니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행동은 뇌에 '침대는 잠을 못 자는 공간'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수면 효율을 극도로 떨어뜨린다. 이때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의 실시간 수면 패턴을 분석해 기상 시간을 강제로 고정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제한하며, 올바른 수면 위생 교육을 매일 밤 점검한다. 환자가 나쁜 수면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리해 주는 스마트폰 속 페이스메이커인 셈이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소아 ADHD 치료제 ‘스타러커스’는 친숙한 '게임'의 형태를 빌렸다. 아이들은 그저 재미있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느끼지만, 정교하게 짜인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뇌의 주의력과 작업 기억력을 자율적으로 훈련받게 된다.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원천 차단할 수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다.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길목에 위치한 ‘경도인지장애’ 영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활약이 눈부시다. 치매는 한번 발병하면 돌이키기 어렵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개입하면 치매로의 이행을 극적으로 늦출 수 있다. 이 분야의 대표 주자인 ‘수퍼브레인 DEX’와 ‘코그테라’는 환자의 뇌 세포를 자극하는 기억력, 집중력, 시공간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모바일 화면을 통해 반복 훈련시킴으로써 인지기능을 유지·향상시키는 방어벽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가공할 만한 확장성과 영구적인 재사용성, 그리고 기존 화학 약물 대비 극히 낮은 부작용 위험을 무기로 향후 제약·바이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처방전이 일상화되는 시대, 대한민국 바이오 헬스케어의 미래가 손안의 소프트웨어 속에서 빠르게 영글어가고 있다.

 

< 국내 주요 디지털 치료제(DTx) 허가 및 개발 현황 >

제품명 대상 질환 치료 원리 및 주요 기능
솜즈 (Somzz) 불면증

•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 사용자 수면 패턴 분석해 기상 시간 고정 및 침대 사용시간 조절

• 왜곡된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수면 인지행동치료' 제공

슬립큐 (SleepQ) 불면증

• 수면 인지행동치료 기반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 매일 밤 환자의 행동 지표를 점검하고 수면 위생 교육 제공

스타러커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ADHD)

• 친숙한 '게임 형태'의 치료적 개입

• 모바일 게임 구동을 통해 아동의 주의력 및 작업 기억력 반복 훈련

수퍼브레인 DEX 경도인지장애

•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인 환자 대상

• 기억력,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을 훈련하여 치매 진행 지연 유도

코그테라 경도인지장애

•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맞춤형 뇌 자극 소프트웨어

• 반복적인 인지 훈련을 통해 치매 발생 가능성 억제 방어벽 역할

 

현재 국내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디지털 치료제는 총 15개에 달하며, 허가된 주요 질환 분야로는 불면증,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불안증, ADHD, 폭식증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일반 건강관리 앱과 달리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치료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입증한 정식 의료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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