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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7 (금)

[이슈] ‘한국 패싱’ 논란…스페이스X '0주 배정' 부메랑

금감원, 미래에셋 전격 검사…운용사 ETF 장내 매수 비상
일본 3조 배정 대비 완패…규제 묶여 글로벌 체급 싸움 밀렸다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전례 없는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투자설명서에 인수단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확보했던 공모 물량이 최종 단계에서 ‘전액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약 증거금 전액 환불은 물론, 해당 물량을 편입하려던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Traded Fund) 시장금융당국의 규제 칼날까지 이어지며 자본시장이 도미노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 SEC 설명서 서명하고도 ‘0’주 배정…금감원, 전격 검사 착수

 

6월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과정에서 보통주 231만4815주 배정을 약정받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글로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미래에셋증권에 최종 배정한 물량은 단 한 주도 없는 '0주'로 기록됐다.

 

상반기 글로벌 공모주 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벤트였던 만큼, 청약 실패가 자본시장에 미친 타격은 매섭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즉각 경위 파악을 위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공모 무산 경위를 들여다보는 한편,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해외 IPO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배정 불발 가능성' 등 투자 위험성을 약관과 설명서를 통해 충분히 고지했는지 밀착 점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검사는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적법하게 절차가 진행됐는지, 불완전판매 소지는 없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상 초유의 ‘공모주 배정 제로’ 사태가 금융당국의 고강도 정밀 검사로 번진 셈이다.

 

■ “스페이스X 담는다더니…” 펀드 편입 불발에 운용사 ‘울며 겨자 먹기’ 장내 매수

 

후폭풍은 증권사를 넘어 자산운용업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공모주를 배정받아 자사 우주항공 특화 ETF에 ‘핵심 자산’으로 편입하려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전략에 전면적인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모주 확보가 전면 불발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상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공할 만한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직후 장내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 한국투자신탁운용 : 공모주 편입 실패 이후 장내에서 물량을 대거 긁어모으며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내 스페이스X 비중을 26.41%까지 간신히 채워 넣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 6월16일 종가를 기준으로 스페이스X 주식을 장내 매수해 'TIGER 미국우주테크' ETF에 긴급 편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자 민원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자산운용사들이 대대적으로 ETF를 마케팅하는 과정에서 마치 스페이스X 공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처럼 과장 홍보했다며 금감원에 진정을 제기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공모 절차 타당성과 더불어 자산운용사들이 진행한 ETF 마케팅 과정의 허위·과장 여부도 주요 점검 대상"이라고 밝혀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일본은 3조원 챙겼는데 한국은 패싱? 분통 터진 서학개미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IB(Investment Bank)인 골드만삭스를 향한 비판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과 서학개미들의 전 세계적인 자금 동원력을 고려할 때, 이번 ‘배정 0주’는 명백한 ‘한국 금융 패싱’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2000억 달러(약 302조원)에 육박하며 글로벌 마켓의 핵심 ‘큰손’으로 대접받아 왔다. 코스피 시가총액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을 다툴 만큼 체급이 커졌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이 골드만삭스로부터 무려 22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대거 배정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소외감과 격앙된 반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의 글로벌 기여도와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이례적이고 굴욕적인 패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냉혹한 자본논리: ‘체급 차이’와 ‘국내 규제’가 발목 잡았다

 

그렇다면 골드만삭스는 왜 한국에 단 한 주의 주식도 주지 않는 냉정한 결정을 내렸을까.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생리를 들여다보면 감정적인 패싱이 아닌, 냉혹한 '체급 논리'와 '국내 제도적 한계'가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한국의 청약 규모 자체가 글로벌 기준에서 너무 미미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글로벌 청약 수요는 무려 2500억 달러(약 379조원)를 돌파하며 당초 목표했던 공모 금액(750억 달러)을 4배 가까이 웃도는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이 모아간 청약 규모는 5억 달러(약 76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웃 일본이 62억 달러(약 9조원)의 자금을 들이밀며 판을 키운 것과 비교하면 체급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셈이다.

 

한국의 자금 규모가 이토록 쪼그라든 배경에는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라는 규제의 벽이 있었다. 자본시장법상 50인 이상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할 경우 국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도 당초 일반 개인 투자자들을 참여시키는 대규모 공모를 추진했으나, 촉박한 미국 IPO 일정 속에서 이 신고서 제출 의무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일반 공모를 포기하고 소수의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 형태로 선회하면서 판돈(청약 규모)이 급감했고, 물량 배정 전권을 쥔 골드만삭스의 배정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올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펼친 '서학개미 복귀' 유도 등 강력한 달러화 관리 기조가 글로벌 IB들의 정무적 판단에 미세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미국 IPO 시장은 철저히 대표주관사 재량에 따라 물량이 분배되는 '깜깜이'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일방적 결정의 전말을 명확히 캐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스페이스X 청약 잔혹사는 글로벌 공모주 시장에서 한국 자본시장이 직면한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서학개미의 자금력은 비대해졌지만, 이를 글로벌 빅딜(Big Deal)로 연결할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리스크 테이킹 능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유연한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업계의 거물인 '오픈AI(OpenAI)''앤트로픽(Anthropic)' 등 자본시장의 판도를 바꿀 초대형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IPO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또다시 글로벌 IB들의 '한국 패싱'과 운용사들의 '장내 비싼 매수'라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해외 초우량 기업 IPO 참여 시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거나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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