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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6 (목)

반도체 다음은 AI 모델…美, 앤트로픽 최상위 AI '차단'

외국인·직원까지 접근 금지, 안보 권한 근거로 전격 非활성화
백악관 '탈옥 리스크' 우려에 제동…K기업도 규제 파장 비상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접근을 제한하면서, AI 기술을 둘러싼 국가안보 논쟁이 한층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AI 통제의 핵심이 첨단 반도체와 컴퓨팅 자원이었다면, 이번에는 AI 모델 자체가 통제 대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권한을 근거로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중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미국 밖에 있는 외국인뿐 아니라 미국 안에 있는 외국 국적자, 앤트로픽 소속 외국 국적 직원까지 포함됐다. 앤트로픽은 규정 준수를 위해 두 모델을 모든 고객에게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했다고 설명했다.

 

페이블 5와 미토스 5는 앤트로픽의 AI 서비스인 클로드 계열의 최신 고성능 모델이다. 두 모델은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쓰임새가 다르다. 페이블 5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모델이고 미토스 5는 사이버보안 전문가용 모델에 가깝다. 페이블 5에는 일반 사용에 맞는 안전장치가 적용됐고, 미토스 5는 보안 취약점 분석 같은 전문 작업을 더 깊이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미토스 5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정부·기업·주요 인프라 파트너 등 일부 검증된 기관에만 제공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사이버보안 능력이다. 미토스 5는 보안 취약점 탐지와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에서 매우 강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방향으로 쓰이면 해킹을 막는 방어 도구가 되지만, 나쁜 방향으로 쓰이면 공격 수단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능 좋은 AI가 보안관이 될 수도 있지만 해커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는 페이블 5의 안전장치가 우회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백악관이 앤트로픽에 외국인 접근 차단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위험한 답변을 막는 모델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다만 광범위한 우회 방식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며 정부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안전장치 우회란 AI가 원래 답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질문에 답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해킹 방법이나 악성코드 제작, 생화학 무기 관련 정보처럼 AI가 응답을 거부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질문을 돌려서 하거나 역할극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AI의 거부 기능을 피해 가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를 AI 업계에서는 ‘탈옥(jailbreak)’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고성능 AI가 사이버 방어뿐 아니라 악용 가능성까지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AI 모델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미중 AI 경쟁은 주로 누가 더 많은 반도체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느냐의 기술 경쟁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AI가 사이버보안, 금융, 제조, 국방 등 현실 산업과 안보 영역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경쟁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지정학센터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을 21세기를 규정할 주요 지정학적 경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최첨단 AI 모델과 고성능 컴퓨팅에서 앞서 있는 반면, 중국은 저비용 모델 개발과 대규모 인프라, 정부 주도의 산업 확산 정책을 바탕으로 AI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구도에서 이번 앤트로픽 차단 조치는 미국의 AI 통제가 반도체를 넘어 모델 접근권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모델이 사이버보안과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미국의 AI 수출통제가 반도체 장비와 칩을 넘어 클라우드, 모델 접근권, 데이터 보안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기술이 경제와 안보의 핵심 인프라가 되면서, 각국 정부가 AI 개발과 사용을 더 강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에도 시사점이 있다. 금융, 제조, 보안, 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AI 모델에 의존할 경우, 기술 성능뿐 아니라 접근 제한과 규제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AI 전략도 성능 중심에서 접근 안정성과 규제 대응력을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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