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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5 (금)

"우량 기업 폐업 막자"…우리은행, 백년기업 육성

자녀 대신 임직원이 잇는다…금융권 첫 'MBO' 승계 지원
고용 1만명 지키고 기술 보존…대를 잇는 '생산적 금융'

 

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우리은행이 후계자 부재와 고령화로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중견기업을 살리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본격 나섰다. 단순한 자산 상속·증여 차원을 넘어 고용과 기술, 산업 생태계를 유지·확대하는 ‘생산적 금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6월1일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에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장기 금융지원 및 종합 컨설팅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는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의 운영 현황 발표를 시작으로 △일본 금융회사의 임직원 승계 생태계 전략(우리금융경영연구소) △친족 간 기업승계 분쟁 사례와 법률 리스크(김앤장 법률사무소) △중소기업 제3자 M&A 사례(삼일회계법인) 등 산학·연계 기관의 심층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우리은행이 지난 2월 은행권 최초로 전담 조직인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한 이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55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창업주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자 연령대는 50~69세가 70.2%, 70세 이상이 20.5%로 전체의 90% 이상이 은퇴를 고민해야 할 시기였다. 이 중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은 52.7%로 절반을 넘었지만, 자녀의 승계 의사가 불확실하거나 산업 환경의 변동성이 커 ‘아직 승계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도 43.7%에 달했다.

 

이에 지원센터는 현재까지 102개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자녀 승계가 어렵거나 후계자가 없는 우량 기업에는 경영진인수(MBO)나 종업원인수(EBO) 같은 ‘임직원 승계’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임직원 인수를 통해 승계된 기업의 장기 생존율은 약 50% 수준으로, 일반 기업의 생존율(10~20%)을 크게 웃돌았다. 기존 고용이 100% 보장되고 내부 검증된 인력이 기술과 조직문화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재호 실장은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 문제를 겪은 일본 금융회사들의 선진 사례를 공유했다.

 

일본은 후계자 부재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12만개 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10년간 친족 승계는 급감한 반면, M&A를 포함한 친족 외 승계 비중이 64%(2024년 기준)까지 치솟았다.

 

일본 금융사들은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대출과 메자닌((Mezzanine Finance), 지분투자, 신탁을 결합한 원스톱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시즈오카금융그룹은 캐피탈 자회사를 통해 현장에 임원을 직접 파견하고 인사·디지털 전환(DX)까지 밀착 지원하는 ‘핸즈온(Hands-on)’ 모델을 구축했다.

 

메자닌은 일반 대출과 주식 투자 사이에 위치한 금융상품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처럼 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것이 특징이다. 금융사는 대출 이자를 받으면서도 향후 기업 가치 상승 시 주식 전환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성장기업 투자에 자주 활용된다.

 

노무라증권MBO(Management Buyout) 전용 펀드를 통해 오너 지분을 먼저 매입한 뒤 후계 임직원이 장기적으로 이를 인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MBO는 기업의 기존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외부 자금을 활용해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주로 창업주나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 후계 경영진이 회사를 승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기업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임 실장은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 창업주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의 폐업과 고용 불안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책임감 있는 설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세무 리스크와 M&A 시장 동향도 공유됐다. 함병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전 준비 부족으로 인한 자녀 간 경영권 분쟁과 상속세 재원 부족은 기업 존속을 흔드는 리스크”라며 “자녀 외 승계 시 발생하는 유류분 청구, 우리사주조합 활용 한계 등의 현실적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정교한 사전 법률 구조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주문했다.

 

제3자 매각 제안을 발표한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 M&A는 연평균 385건, 12조3000억원 규모로 전체 M&A 거래의 78.6%를 차지한다”며 “경영자 고령화와 경기 둔화 속에 사모펀드(FI)나 전략적 투자자(SI)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및 신사업 다각화가 기업을 존속시키는 주요한 해법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한 국가적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씩 총 500개 기업의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기반 10조7000억원 보전 △생산유발효과 4699억원 등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우리은행 거래 기업 중 고용과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500개, 5년간 총 2500개 이상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30년 미만에 불과한 대한민국 기업의 평균 수명을 늘려 대를 이어 번창하는 ‘백년기업’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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