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국내 음식료 산업의 전통적인 성장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과거 곡물 가격 변동이나 환율, 대량 유통망 점유율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명확한 컨셉을 가진 소수의 '히트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추세다.
유통 채널의 파편화와 온라인 가격 비교 심화로 애매한 대중성(Mass) 제품들이 고전하는 반면,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대표 브랜드들은 글로벌 생산능력(CAPA) 확장을 무기로 이익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2026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음식료 업종에 대한 'Positive(긍정적)' 의견을 유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공급 안정성을 갖춘 대형사 중심의 재평가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연구원은 "현재 음식료 산업은 단순한 원가 변동성보다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운영 능력이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구간"이라며, 다브랜드·다SKU 전략의 비효율성을 극복한 대형사들의 이익 개선세가 구조적 성격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음식료 기업들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내수 둔화와 가격 인하 압박 속에서도 해외 성장과 제품 믹스 개선에 힘입어 전년 대비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으로 '수요가 검증된 특정 브랜드로의 집중'을 꼽는다. 여러 제품을 매대에 넓게 깔아 판촉을 강화하던 과거와 달리,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가 제품 확장과 유통망 내 협상력을 모두 견인하는 '몬스터 베버리지(Monster Beverage)'형 플랫폼 소비재 모델이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CAPA) 동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은 산업 전체의 공급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폭발하는 특정 히트 브랜드를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하다.

KT&G(033780)는 해외 궐련 담배의 ASP(평균판매단가)와 물량이 동시에 성장함에 따라 글로벌 생산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5년 4월 카자흐스탄 신공장 준공에 이어 같은 해 11월 인도네시아 제2공장을 잇달아 완공하며 아태·중동·유럽 등 전 권역의 성장세에 대응 중이다. 현지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제조원가와 물류비 절감 효과가 한층 더 가시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불닭'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003230)은 2025년 6월 밀양 2공장을 준공한 이후에도 면 제조시설 가동률이 82.3%(2026년 1분기 기준)에 육박할 만큼 타이트한 재고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밀양 1공장을 중국 수출용으로, 2공장을 미국 및 유럽연합(EU) 수출용으로 특화해 운영 중이며, 오는 2027년 1월 준공을 목표로 중국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기존 밀양 공장의 물량을 미국과 유럽으로 돌려 공급 병목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오리온(271560) 역시 한국 법인의 내수와 수출이 모두 우상향하며 역대 최대 매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예감, 커스타드 등 일부 품목의 CAPA 부족분을 중국 법인에서 역수입해 대응할 정도로 수요가 가파르다. 이에 대응해 오리온은 충북 진천군 산업단지에 생산·포장·물류를 하나로 묶는 '진천통합센터'를 구축 중이며, 오는 2027년 8월 준공 이후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존 공장 부지 유동화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 식품 매출에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인 CJ제일제당(097950)은 글로벌 전략 제품(GSP)인 만두, 치킨 등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2025년 10월 가동을 시작한 일본 치바 신공장을 발판 삼아 현지 만두 시장 점유율을 11.0%(2026년 3월 기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2026년 12월 준공 목표로 헝가리 신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핵심 브랜드인 '빼빼로'를 앞세워 미국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빼빼로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2025년 하반기 빼빼로 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초코파이 라인 증설을 예고했다. 해외 법인 내 롯데 자체 브랜드 비중이 아직 23% 수준에 불과해 향후 브랜드 전환을 통한 마진율 상승 여력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가 강세, 달러 고공행진, 컨테이너 운임 반등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이 같은 대형사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U(상품수) 단순화를 통한 원재료 구매 효율성 제고와 광고 집행 효율화는 고원가 구조를 방어하는 핵심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하반기 업종 내 최선호주로 비용 대응력과 글로벌 성장성을 겸비한 KT&G와 삼양식품을 추천했으며, 차선호주로는 인도 푸네 빙과 신공장 효과가 기대되는 롯데웰푸드를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