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박상섭 기자 | 국내 전통 금융권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 진출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동맹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 등 주요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에 주주로 잇따라 합류하면서 이른바 ‘디지털자산 슈퍼앱’을 선점하기 위한 제도권 금융의 진격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5월29일 삼성증권은 전날 공시를 통해 두나무 구주 69만7487주를 약 3063억7256만원에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분 인수로 삼성증권은 두나무 지분 2%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삼성증권뿐 아니라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와 삼성SDS 역시 각각 1%씩 지분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로써 삼성 금융계열사 3사는 총 6128억원을 투입해 두나무 지분 4.0%(총 139만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번에 매각된 지분은 기존 3대 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카카오벤처스, 카카오 청년창업펀드 등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 물량이다. 이로써 한때 두나무의 핵심 연대 축이었던 카카오 금융 세력의 지분은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그리고 삼성 금융계열사 등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이른바 ‘슈퍼앱’ 트렌드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업비트가 향후 디지털자산과 주식,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는 이미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자산을 거래하는 ‘에브리싱 익스체인지(Everything Exchange)’ 모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을 넘어 올해 초부터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투자자들은 미 달러화뿐만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입금해 직접 주식을 매매하고 있다.
또한 미국 서학개미들의 필수 앱인 로빈후드는 이미 가상자산 거래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주식을 디지털 증권화한 ‘토큰화 주식’ 거래를 유럽 소지자 대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 발행·유통(STO)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자산 사업 전반에 걸쳐 두나무와의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거래소의 사업 영역 확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른바 ‘금가분리(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투자 제한)’ 규제 완화 시그널이 금융권의 가상자산 투자에 불을 붙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가분리는 2017년 말 투기 대응 조치로 도입된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제도화와 입법이 급격히 추진되는 만큼 변화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해 온 ‘금가분리’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체계 정비와 2단계 입법 가시화, 대형 금융사들의 지분동맹이 맞물리면서 국내 디지털 금융 지형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삼성의 참전으로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슈퍼앱 선점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