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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6 (토)

[윤철순 칼럼] 135억원 vs 6 억원 vs 1만원

버핏의 오찬과 삼성 성과급…박탈감에 우는 민심
화려한 지표 속 깊어지는 격차…허탈함에 갇힌 사회

 

 

윤철순 칼럼니스트 |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의 마지막 자선 오찬 경매가 최근 135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세상을 흔들었다. 얼핏 보면 제정신인가 싶다. 아무리 세계적인 투자자와의 식사라지만, 한 끼 밥값이 135억 원이라니.

 

하지만 자본은 원래 그런 생물이다. 돈은 돈 냄새를 맡고 움직인다. 낙찰자는 단순히 밥값을 지불한 게 아닐 것이다. 세계 최고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상징성, 브랜드 가치, 글로벌 주목도, 그리고 그 이상의 무형 자산을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 논리로 보면 어쩌면 합리적 투자일 수 있다.

 

문제는 따로 있다. 135억짜리 점심 얘기 뒤편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폐지를 줍는다. 서울 변두리 새벽 골목엔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이 여전히 넘쳐난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서울에서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다. 청년들은 “벼락거지”라는 자조를 입에 달고 살고, 월급은 통장을 스친다.

 

그런데도 세상은 연일 “코스피 8000 시대”를 외친다. 증시는 불기둥처럼 치솟고 AI와 반도체는 새로운 황금 광맥이 됐다. 누군가는 하루 만에 수억원을 벌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는 그 불기둥을 멍하니 바라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정점에 삼성전자가 있다.

 

어제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상을 타결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고액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성과급 상한선이 6억 원 이상이라는 현실은 이미 상당수 국민에게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 성과급, 복지, 브랜드 가치. 누가 봐도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천상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이미 충분히, 많이 가진 이들이 더 큰 접시를 들고 끝없이 줄을 서 있는 풍경 말이다.

 

물론 노동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노조 역시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조직이다. 회사가 수십조 원 이익을 냈다면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당함’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욕망이 상식을 집어삼키는 순간이다.

 

지금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싸늘한 시선도 거기서 비롯된다. 국민 다수의 눈에는 이미 삼성전자 직원들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다.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연봉과 복지, 안정된 고용 환경 속에서도 더 큰 몫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에 나섰던 모습은 쉽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광풍 속에서 천문학적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지금, 대중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 가진 자의 ‘더 달라’는 외침은 생존권 투쟁이 아니라 탐욕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대통령도 이런 노조를 향해 “선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삼성전자 노조 문제는 단순한 노사 갈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지금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욕망의 사다리를 올려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장면이다. 연봉 1억 원도 부족하고, 성과급 수억 원도 성에 차지 않는 시대. 모두가 더 높은 곳만 바라보다 보니, 정작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사라지고 있다.

 

135억 원짜리 점심도 결국 같은 맥락인지 모른다. 누군가는 그것을 투자라 부르고, 누군가는 광기라 부른다. 누군가는 성과급을 권리라 말하고, 누군가는 귀족 노조의 탐욕이라 부른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자본주의는 욕망으로 굴러 가지만 사회는 체감 온도로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숫자가 화려해도 국민 다수가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성장의 과실이 아니라 성장의 거리감만 커질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건 단순한 시기심이 아니다. “딴 세상 사람들 이야기”를 바라보는 깊은 허탈감이다.

 

점심 한 끼에 135억 원을 기꺼이 지불하고, 수억 원의 성과금 파티가 벌어지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100원짜리 폐지를 주워 하루를 버틴다.

 

그 간극 위에서 국민은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윤철순 경제타임스 전문위원 / 에너지안보환경협회 대외협력소통위원장 

 

※ [편집자주]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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