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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6 (토)

"미국産 무기가 협상 카드?" 대만, 트럼프에 선긋기

트럼프 무기 동결에…라이칭더 "대만해협 거래 불가"
반도체 생명선 강조한 대만…한국 경제 안보도 사정권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글로벌 외교가가 다시 한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거래) 외교'로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베이징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대중국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정면 반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라이 총통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결코 희생되거나 거래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만 사회 전반에 퍼진 '대만 패싱(안보 소외)'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워싱턴과 베이징을 향해 "대만의 주권과 안보를 미·중 빅딜의 판돈으로 쓰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의 '지연 전술'과 라이칭더의 '법적 공약' 맞불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미 의회가 이미 지난 1월 승인한 140억 달러(약 19조6000억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다. 여기에는 대만 방공망의 핵심인 PAC-3 MSE 요격미사일과 노르웨이산 NASAMS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 첨단 방어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통과 이후 4개월째 최종 서명을 보류하며 이를 쥐고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를 "120억 달러 규모의 아주 좋은 협상 카드"라고 지칭하며, "(승인 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발언했다. 대만을 "매우 작은 섬"으로 깎아내리며 돌출 행동(독립 선언 등)을 경계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이 총통은 5월17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

 

법적 의무 이행 촉구 : 대만 무기 판매가 대통령 개인의 시혜나 거래 물품이 아닌, 1979년 미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한 '미국의 법적 의무'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 억지력의 핵심 : 미국산 방어용 무기 공급이야말로 역내 평화를 유지하고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막는 가장 중요한 억지력이라는 논리다.

 

■ 안보의 '경제 안보화', "대만 무너지면 글로벌 AI·반도체 멈춘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이 이번 라이 총통의 발언에서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안보 이슈를 글로벌 공급망의 사활적 이익과 직접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라이 총통은 "대만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민주주의 동맹국들을 향한 전략적 메시지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대만의 안보가 취약해질 경우, 전 세계 고성능 AI 칩과 반도체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글로벌 경제 마비'로 이어질 것임을 경고한 셈이다.

 

미국 내에서도 파장은 커지고 있다. 마이클 매콜, 그레고리 믹스 등 미 의회 내 공화·민주 양당의 외교 핵심 의원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140억 달러 패키지의 즉각 승인을 촉구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함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즈니스형 리더'인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안보 불확실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우리는 중국 일부 아냐"…민진당 40주년서 날린 '주권 대원칙'

 

라이칭더 총통은 같은 날 타이베이에서 열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창당 4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내외를 향해 선명한 '독립 주권론'을 재천명했다. 주요 발언은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 국가이며,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 "국가 주권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미래는 2,300만 대만인이 결정한다." 등이다.

 

이 발언은 대만을 대중 협상 카드로 보려는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최근 수년간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회색지대 압박'을 가해온 중국 시진핑 정권을 동시에 정공법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대만은 이미 미국산 무기 구매를 위해 NT$(新타이완달러) 7800억(약 248억 달러) 규모의 특별예산 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키며 스스로를 지킬 재정적·군사적 의지가 확고함을 입증했다.

 

■ 제1도련선 안보 전선…한국 경제에 미칠 복합 방정식

 

라이칭더 총통은 대만해협의 위기가 대만만의 사안이 아니라 일본 열도에서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島鏈線, 아래 이미지 참조)과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 역내 주요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공동 전선'을 구축하자는 우회적 동참 촉구다.

 

현재 글로벌 정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중동발 반도체 소재 공급망 충격이 겹쳐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은 한국 경제 안보에도 초대형 복합 변수다.

 

대만해협은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핵심 항로, 즉 '한국 경제의 리스크'다. 이 지역의 긴장 고조는 즉각적인 물류비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동맹을 상업적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킬 경우, 한·미·일·대만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Chip 4) 공조 체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라이칭더 총통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단순한 감정적 항변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고, 한국·일본·유럽 등 민주 공급망 동맹을 아우르는 '다자간 압박 체제'를 구축하려는 면밀한 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산업안보의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대만의 삼각 갈등과 트럼프발 안보 리스크는 남의 일이 아니다. 5월18일(현지 시간) 대만 무기 승인 압박 분수령을 시작으로, 한국 외교·당국도 공급망 다변화와 지정학적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한층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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