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글로벌 기술 패권의 중심에 있는 애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폰과 맥(Mac)의 심장인 ‘애플 실리콘’ 생산을 사실상 TSMC에 전량 의존해왔던 애플이 삼성전자와 인텔을 대체 생산처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美 ‘디 인포메이션’ 보도…"애플, TSMC 의존도 낮추기 고심"
최근 미국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과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데이터센터용 AI 칩(코드명 ACDC) 및 차세대 프로세서 생산을 위해 TSMC 외에 삼성전자와 인텔을 잠재적인 파운드리 파트너로 검토 중이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과의 스마트폰 경쟁 관계, 인텔과의 프로세서 결별사 등으로 인해 TSMC에 물량을 몰아주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며 TSMC의 선단 공정 캐파(생산능력)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애플로서도 ‘멀티 파운드리’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여기서 삼성전자의 2나노 이하 선단 공정 기술력과 인텔의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애플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으로 풀이된다.
■ 관건은 ‘2나노’…단순 매출보다 무서운 ‘애플 레퍼런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당면 과제는 2나노 이하 공정의 고객 확보와 수율 안정화다. 특히 삼성은 3나노부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기술적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애플이 차세대 고성능 칩에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의 GAA 기술력을 테스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물량을 일부라도 수주한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 “삼성의 2나노 수율과 양산 안정성이 TSMC와 대등하다”는 강력한 보증서를 제출하는 것과 같다. 이는 퀄컴, AMD, 엔비디아, 테슬라 등 대형 팹리스 고객사들의 연쇄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 ‘턴어라운드’ 시동 건 삼성 파운드리, 2분기 가동률 ‘최고조’ 예고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흐름도 고무적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6.7% 증가하며 업계 2위(점유율 7.1%) 자리를 굳혔다. 특히 1분기 영업손실을 약 7,650억 원 수준으로 방어하며 흑자 전환의 기틀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선단 공정 라인의 가동률이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HBM4 베이스다이 공급 확대를 통해 메모리 사업부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모바일용 2세대 2나노 양산과 AI·HPC 전용 LPU 양산이 예정되어 있어,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파괴력은 배가될 전망이다.
■ "TSMC 낙수효과와 메모리 시너지…삼성의 시간이 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이 ‘기술 검증’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현재 파운드리의 손실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선단 공정 기술력을 검증할 레퍼런스 확보 여부"라며, 삼성전자가 컨퍼런스 콜에서 밝힌 CPO(광학 공동 패키징) 고객 확보와 하반기 양산 계획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 손인준 연구원 역시 "TSMC의 캐파 부족으로 인한 낙수효과와 함께, 메모리 공급을 연계한 삼성만의 파운드리 유치 전략이 점차 빛을 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의 이번 검토는 삼성전자에게 ‘2나노 기술 완성도’를 증명할 최고의 무대를 마련해준 셈이다. 애플이라는 가장 까다로운 관객 앞에서 삼성전자가 완벽한 공연(양산)을 선보일 수 있다면, 2026년 파운드리 시장의 주인공은 TSMC가 아닌 삼성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