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기관인 국방부 산하에서 발행되는 군 전용 일간지 국방일보의 내부 작동 방식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성균관대학교 첨단국방연구소의 기국간 교수가 집필한 신간 『국방일보 패러독스 : 계엄의 밤, 제복 입은 펜의 기록』은 국방일보 편집국 부장으로 재직하며 경험한 약 1,100일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군 미디어 조직의 구조적 한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 회고록의 성격을 넘어선다. 저자는 군 조직 내부에서 작동하는 권력 구조와 관료주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언론 본연의 기능을 어떻게 제약하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특히 공공 미디어가 자본의 압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대신 국가 권력의 통제라는 또 다른 강력한 제약에 직면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형 공공 저널리즘의 구조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기 교수는 민간 방송사인 채널A 등에서 활동한 뒤 국방홍보원 산하 국방일보로 자리를 옮긴 ‘외부 출신 인사’다. 이러한 이력은 그가 조직 내부의 관행과 문화를 보다 비판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했다. 그는 책에서 군 조직 특유의 위계질서와 폐쇄성이 언론 조직에 그대로 투영되며, 기자들이 사실 확인과 문제 제기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한다.
특히 책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군 미디어 시스템의 취약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을 사례로 제시하며, 위기 상황에서 군 내부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명확한 보고 체계와 명령 구조가 존재하는 군 조직의 특성이, 긴급 상황에서 오히려 정보 전달과 공론 형성을 지연시키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의 핵심 분석 틀은 ‘세 가지 패러독스’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위계의 패러독스’다. 엄격한 계급 구조와 권한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이 현장 실무자들의 자율적 판단과 집단지성을 위축시키며, 결국 조직 전체의 대응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를 “제복을 입은 기자의 펜이 계급 앞에서 무력해지는 순간”으로 표현한다.
두 번째는 ‘왜곡의 패러독스’다. 중간 관리자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상부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맥락과 사실이 축소되거나 변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 내 의사결정의 질을 떨어뜨리고, 외부에 전달되는 정보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소통의 패러독스’다. 디지털 플랫폼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존재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군 기관지가 여전히 일방향적 메시지 전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무색무취’의 메시지 전략이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안보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의 특징은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과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적용해 군 미디어 조직의 구조적 한계를 학술적으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사례 나열을 넘어, 제도와 문화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임을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그는 국방 미디어의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 ‘레드팀 저널리즘’ 도입과 거버넌스 개편을 제안한다. 레드팀 저널리즘은 조직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과 비판적 검증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정책과 정보의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폐쇄적 조직에서 발생하기 쉬운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보다 균형 잡힌 정보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국방일보 패러독스 : 계엄의 밤, 제복 입은 펜의 기록』은 군 조직과 언론이라는 두 시스템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든 기록이다. 동시에 이는 국방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의 공공기관이 직면한 소통 위기와 관료주의적 한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문제 제기로 확장된다.
저자가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과연 공공 조직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