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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2 (화)

[윤철순 칼럼] "니들이 유권자 마음을 알어?"

'분식 공약'에 전과자 속출…3초면 스캔 끝나는 지방선거
억대 연봉 지방의원 4천명 선출…'나보다 못한 자' 걸러내야

 

 

윤철순 칼럼니스트 |  “니들이 게 맛을 알어?”

 

원로배우 신구 선생이 지난 2002년 한 광고에서 선보인 이 ‘애드립’은 업계의 전설적인 명대사로 남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한 이 광고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당대 최고의 유행어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요즘 동네 큰 길 네거리는 물론, 시장 골목골목마다 출마자들로 넘쳐난다. 기초의원부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까지 모두 합치면 어림잡아 1만 명은 족히 넘을 듯하다.

 

그런데 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고 있자면, 우리 경제는 가히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마저 넘어설 기세다. 기초의원이 대형 기업을 유치해 수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식의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들이 여과 없이 쏟아진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애드립’쯤으로 보기에도 황당함의 극치다. 이쯤 되면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는 평가와 함께,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공통 공약을 재탕·삼탕하는 이른바 ‘분식 공약’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는 ‘귀신’이다. 후보자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어떤 사람인지 간파한다.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얼마나 허황한지를 3초만 스캔하면 충분히 드러난다.

 

특히, 이런 평가는 경선 전후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경선 전엔 새벽 첫 지하철이 도착하기도 전에 나와 게이트 앞에서 주민들에게 연신 폴더 인사를 하던 이들이 본선에 진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춘다.

 

“경선 승리는 곧 당선”이라는 계산이 작동하는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이를 두고 한 국회의원은 “절박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쉬운 선거는 절대 없다”며 “말 한마디에 민심이 바뀐다”고 경고한다.

 

또 후보자들 면면 역시 지난 선거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과 15범, 음주 뺑소니, 폭행·사기 등 각종 범죄 경력자가 전체의 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늘 그래왔듯,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싹수’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도덕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더 나은 주민 삶’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들이 국민 전체 전과 비율보다 높은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런 사람들이 주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한다면, 미국 경제를 뛰어넘을 것 같은 공약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17개 시·도 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원 4000여명이 선출된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잔여 임기인 향후 4년 동안 지방정부를 책임지게 된다.

 

광역·기초 지방의원 연봉은 대략 7000만원에서 1억원을 웃돈다. ‘공약 이행률을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아홉 번째 선거가 치러지는 지금, 제도 개선과 함께 지방의원 정당 공천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국민 주권시대에 걸 맞는 한 표로 ‘나보다 못한 자’는 걸러내야 한다.

 

“니들이 유권자 마음을 알어?”

 

 

 

윤철순 경제타임스 전문위원 / 에너지안보환경협회 대외협력소통위원장 

 

※ [편집자주]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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