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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4 (목)

삼성·LG "유럽 석권, 이제 韓"…1.2조 히트펌프 大戰

누진세 개편·설치비 지원에 250만대 보급 급물살…가전 거물들 국내 정조준
"기름·가스 대신 전기로" 에너지 지도 바뀐다…나비엔·캐리어와 격돌 예고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히트펌프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효율은 높지만 초기 설치비가 비싸고, 무엇보다 전기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징벌적 누진세'의 타겟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정부가 올해를 '난방 전기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2035년까지 250만대 보급이라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의 본질적 목표는 단순한 기기 교체를 넘어선 '탄소 중립(Net Zero)의 실현'에 있다. 그 중심에 선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시켜 열을 얻는 기존 가스·기름보일러의 전통적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히트펌프의 핵심 원리는 공기나 지열, 수열 등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저온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냉매의 상변화 과정을 통해 고온의 열로 증폭시키는 ‘열의 이동’에 있다. 마치 냉장고가 내부의 열을 밖으로 빼내 온도를 낮추듯, 히트펌프는 반대로 외부의 열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마법의 효율’이라 불리는 에너지 변환 비율이다. 일반적인 전기 히터가 전기에너지 1을 투입해 1의 열을 만든다면, 최신 히트펌프 기술은 동일한 전력량으로 4배 이상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투입량 대비 산출량이 극대화되는 고효율 덕분에 화석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이러한 히트펌프의 친환경적 특성을 '탄소 감축의 핵심 병기'로 정의했다. 오는 2035년까지 계획된 보급 로드맵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연간 약 518만톤의 온실가스가 감축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내연기관 승용차 약 200만대가 1년 동안 내뿜는 배출량을 상쇄하는 수준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결정적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 누진세 개편과 지원금…'자금력'과 '제도'가 만났다

 

정부는 보급 확대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누진세 요금 체계를 히트펌프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고가의 설치비를 직접 지원하는 '당근'을 내놨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 경동나비엔, 오텍캐리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들고 국내 시장으로 역수출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과 LG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독일 플렉트그룹 인수를 통해 확보한 유럽형 공조 기술을 국내에 이식한다. 최근 출시한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투입 에너지 대비 4배 이상의 열을 내는 고효율을 자랑하며, 국내 특유의 혹한기 결빙 문제까지 해결했다.

 

노르웨이 OSO 인수로 온수 솔루션 경쟁력을 확보한 LG는 탄소배출권 거래(VCM)라는 고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했다. 고효율 히트펌프로 아낀 에너지를 탄소배출권으로 환산해 수익화하고, 이를 다시 기술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국내에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가전 거물들이 플랫폼 중심이라면, 전통의 강자들은 현장 밀착형으로 승부한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의 서비스 네트워크가 무기다. 제주도 단독주택 보급 사업을 시작으로 경로당,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로 영역을 확장하며 "보일러만큼 편한 히트펌프 서비스"를 표방하고 나섰다.

 

오텍캐리어는 미래 먹거리인 '스마트팜'에 집중한다. 전북 부안의 사례처럼 대규모 온실과 축사 등 농업 현장의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솔루션으로 틈새시장을 넘어 메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정부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 가스보일러보다 비싼 설치비는 과제다. 또한 '전기 난방은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오랜 불신을 씻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요금 체감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히트펌프 보급은 국가의 에너지 공급망을 가스에서 전기로 전환하는 대공사다. 삼성과 LG가 가세한 이번 '난방 대전'은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대한민국 주거 문화와 에너지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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