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가 급물류를 타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규제 체계 정립을 위해 각기 다른 속도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자산 분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인 반면, 한국은 중앙은행 주도의 인프라 구축과 거래소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입법 논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최윤영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4월 디지털자산 정책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 경로가 국가별로 상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증권성 판단 기준을 명확화하며 민간 주도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가는 반면, 러시아와 베트남은 강력한 라이선스 제도를 통해 국가 주도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추세다.
■ 미국, 5대 분류 체계로 '증권성 족쇄' 푼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3월 디지털자산을 다섯 가지 범주(상품, 수집품, 도구, 스테이블코인, 증권)로 나누는 합동 해석 지침을 발표하며 규제 불확실성을 크게 낮췄다.
특히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16개 주요 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명시하며 비증권 자산으로 분류한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개별 소송을 통한 사후 판단에서 벗어나 자산 성숙도에 따른 사전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한국, 거래소 대주주 20% 지분 제한 '압박'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지배구조 분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시장점유율 50% 이상인 대형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고, 기타 거래소는 30% 수준까지 허용하는 차등 규제 방식이다. 법 시행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경과 조치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착수…CBDC 생태계 확장
한국은행은 지난 3월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 본격 착수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단계의 핵심은 국고금 집행을 예금토큰으로 처리하는 실질적인 활용처 확보에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예산의 25%를 디지털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며,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충전 보조금 사업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참여 은행도 9개로 확대되어 개인 간(P2P) 송금과 생체인증 등 고도화된 기능 검증이 병행된다.
■ 러시아·베트남, 국가 주도 통제권 강화
신흥국들은 제도권 편입보다는 통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러시아는 라이선스 기반 거래를 의무화하고 국내 결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의 연방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베트남 재무부 역시 암호화폐 거래소 시범 사업자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진입 장벽을 높였다. 신청한 7개 컨소시엄 중 5개만 통과했으며, 자본금 10조동(VND)과 기관 지분 65% 이상이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내걸어 금융기관 중심의 시장 재편을 시도 중이다.
글로벌 규제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가상자산 시장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가와 강력한 진입 규제를 적용하는 국가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최종 입법 형태와 한국은행의 CBDC 상용화 로드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