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민원 성적표가 공개됐다.
경기 침체와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체 민원 건수는 늘어난 가운데,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민원 관리 향방에 따라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특히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절대 건수가 급증하며 '민원 최다'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메리츠화재는 공격적인 소비자 보호 정책으로 감소 폭 1위를 기록하며 대조를 이뤘다.
■ 삼성화재, 민원 1000건 넘게 늘어난 유일한 곳…"규모의 경제 탓"
2월5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7개 손해보험사의 총 민원건수는 4만10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8%(1521건) 증가한 수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민원 건수는 7965건으로, 전년보다 무려 1288건이나 늘어났다. 업계에서 연간 민원이 1000건 이상 폭증한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 지표인 '환산건수'를 보면 삼성화재는 23건으로 대형 5대사 중 가장 적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전체 계약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절대 건수는 많아 보일 수밖에 없으나, 환산건수 기준으로는 상위사 중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며 "고객 서비스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메리츠화재의 ‘변신’...민원 감소폭 1위 달성
반면 메리츠화재는 민원 감축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전년 대비 335건이 줄어든 5342건을 기록하며 업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그간 '수익 중심' 이미지로 인해 민원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메리츠화재가 본격적인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 측은 "감독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에 맞춰 보험금 지급 전 사전 안내와 정보 공유를 대폭 강화했다"며 "선량한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상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환산건수는 31건으로 대형사 중에서는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해 향후 질적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 "나이롱 환자 방지책"이 민원 화약고 됐다
업계 전반의 민원이 늘어난 주범으로는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이 꼽힌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으로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받을 경우 공적 기관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 부정수급 방지책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상 범위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들의 반발이 민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민원 유형별 통계를 보면 '보험금 보상' 관련 민원이 3만590건으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상품별로도 장기보장성(63.4%)에 이어 자동차보험(35.7%)이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은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울수록 보험금 지급 절차에 예민해지고 민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자동차보험은 과실 비율이나 과잉 진료 억제책에 대한 고객 불만이 즉각적으로 민원 창구에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 롯데·흥국 등 중소형사도 민원 관리 '비상'
대형사 외에 한화손해보험(2645건), 롯데손해보험(1319건), 흥국화재(1174건) 등도 적지 않은 민원 발생률을 보였다. 특히 보상 민원이 전체의 4분의 3에 달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민원 응대를 넘어 AI를 활용한 신속한 보상 심사나 분쟁 조정 가이드라인 고도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민원 숫자가 많고 적음을 넘어, 환산건수와 보상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보험사들은 지난 2023년 IFRS17(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17 국제회계기준 제17호(보험계약)) 도입했다. 지금은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기보다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