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聖地 마저…키움증권, 구독 1위 채널 폐쇄

  • 등록 2025.12.23 18: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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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현장 점검’ 압박에 백기…증권가 해외주식 마케팅 올스톱
키움·토스 수시 검사 파장…현금이벤트 중단 이어 채널 폐쇄 확산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금융당국의 해외주식 영업 실태 점검이 ‘현장 조사’라는 고강도 칼날을 뽑아 들자, 증권업계가 극도의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키움증권의 미국주식 정보 채널마저 폐쇄를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권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7년 운영 ‘구독자 1위’ 채널의 퇴장…왜?

 

12월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26일 자사의 대표적 해외주식 정보 채널인 ‘키움증권 미국주식 톡톡’을 폐쇄한다. 2018년 개설 이후 약 7년간 서학개미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던 이 채널은 구독자 수가 3만 6,910명(22일 기준)에 달하는 업계 압도적 1위 플랫폼이다.

 

리서치센터의 딱딱한 보고서보다는 실시간 시황과 투자 아이디어를 빠르게 전달하며 큰 인기를 끌었으나, 결국 운영 종료라는 결말을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채널 정리가 아닌, 당국의 규제 신호에 대한 증권사의 선제적 항복 선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금감원 ‘게이미피케이션·무분별 권유’ 정조준

 

이번 폐쇄의 직접적인 배경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서슬 퍼런 규제 기조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마케팅이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하거나(게이미피케이션), 투자를 과도하게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등 해외주식 거래 비중이 높은 플랫폼 증권사를 대상으로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당국은 MTS 알림 설정이나 SNS 정보 메시지가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선 ‘미등록 투자 권유’나 ‘과당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국이 ‘환율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해외주식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에서, 3만 명이 넘는 채널을 운영하며 정보를 쏟아내는 것 자체가 잠재적인 ‘불완전 판매’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마케팅 올스톱에 정보 공백 우려까지

 

금감원의 압박은 이미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현금성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거나, 내년도 해외주식 마케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영업 자체를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러한 ‘마케팅 자제령’이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 제공 서비스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주식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해 증권사의 가이드가 중요한데, 소통 창구마저 막히면 유료 유료 정보지나 검증되지 않은 '리딩방'으로 투자자들이 숨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규제 준수’냐 ‘영업 위축’이냐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증권사들의 ‘로우키(Low-key)’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의 이번 채널 폐쇄가 다른 증권사들로 확산할지도 관심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은 타당하지만, 정상적인 정보 서비스까지 마케팅으로 간주해 규제하는 것은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서학개미들을 위한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서비스 제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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